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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는 학생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한 반에 50명은 기본이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20반까지 있었으니, 동급생은 1,000명 이상이었다.

 

하루는 교내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달리기에 자신이 없던 나로서는 ‘남들 의식 않고 내 페이스대로 뛰겠다’는 딱 한 가지 목표만 세웠다. 결과는 1,000명 중 90위권. 나로서는 상당한 쾌거였다.

그 때 ‘나에게 집중하는 일’의 가치를 알았다. 나를 극복하니 남도 극복됐다. 결국 사람 능력은 다 비슷했다. 그렇다면 굳이 남들을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었다.

물론 주변은 살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 일정한 보조는 맞춰야 한다. 다만 자기 중심을 잡자는 이야기다. 부화뇌동 하다가는 될 일도 안 된다.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 지고 나선다’는 속담이 있다. 그게 자기일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이 명품백 산다고 덩달아 해외직구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모습은 흔하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공부법에도 성적이 제자리라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공부법을 못 찾아서가 아니다. 남들 공부법을 기웃거리고 있는 자체로 그 성적을 알 만하다. 경영에서도 벤치마킹이 늘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공부는 경영보다도 섬세하다.

 

그러니 만약 자녀가 중학생이라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허하기를 권한다. ‘착오’가 거슬리면 ‘탐색’이라 해도 좋다. 뭐든 해 봐야 자기 것이 된다. 자습을 하든 학원 선생님을 선택하든, 자기 기준을 갖춰갈수록 집중할 수 있고 성과도 나온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 시행착오를 할 여유가 없다. 당장 1학년 1학기부터 입시에 반영된다. 이게 아닌가보다 싶어 학원 한두 번 옮기다 보면 1년이 후딱 간다. 그렇게 겉돌다 금세 고3이 된다.

시행착오는 학생에게 선택과 책임의 기회를 주는 일이다. 시행착오에는 버릴 것이 없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더 나은 ‘자기 식’의 밑거름이 된다.

 

대치동에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는 학부모들을 종종 본다. 자녀가 그 학원에 다니길 간절히 원해서 수고를 마다 않는 것이길 바란다. 혹, 그것이 자녀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한 일’이라 믿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자녀를 아끼는 마음인 건 안다. 하지만 ‘아끼다 똥 된다’고도 했다.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김정환 강사 

 

이룸이앤비_김정환.jpg

 

 


김정환쌤의 논리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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